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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사랑의 조건

우리가 타인과 맺는 애정 관계의 질은 우리가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와 정비례한다. (…)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 자신과의 관계를 더 의식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는 자기도취적 행동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가 타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애정 어린 일이다. 최선의 자기 자신이야말로 우리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제임스 홀리스 『사랑의 조건』   사랑을 잘하려면, 내가 나와의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자신과의 관계에서 성취하지 못한 것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려면 먼저 온전한 자기 자신(개인)이 되어야 한다. 융 학파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현대인이 애정 관계에서 겪는 심리적 고통의 근본 원인을 ‘마법 같은 동반자’라는 환상에서 찾는다. 어딘가에 ‘내게 꼭 맞는, 잃어버린 반쪽’이 있으며 삶은 그를 찾아 헤매는 여정이라고 보는 오래된 착각 말이다. 사실 상대는 잃어버린 내 반쪽이 아니라 완전한 타인이며, 대부분은 자신을 상대에 투사해 ‘사랑에 빠진 나’를 사랑하는 데 머문다.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용기”라며 진정한 사랑은 상대가 완전한 타자로 존재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무심한 사랑’이라고 썼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이 사람도, 다른 어떤 사람도 내게 주지 못해.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나만 쟁취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애정 관계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찬양할 수 있다.” 양성희 / 한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사랑 애정 관계 제임스 홀리스 초월적 존재

2025-01-21

[삶과 믿음] 예수의 영적인 삶(눅4:1-13)

예수의 삶을 나눔, 가르침, 저항·투쟁, 영적인 삶, 선포, 보내심으로 이해할 수 있고, 지난 칼럼들을 통해서 나눔, 가르침, 저항·투쟁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제 영적인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다. 예수는 육체로 세상에 찾아온 자로서 영과 육의 조화로운 삶을 살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인간이 얼마나 영적인 존재인지를 잘 드러내셨다. 그런데 영적인 삶이란 어떤 것일까?       우선 예수는 성령에 이끌리는 삶을 살았다. 예수는 성령을 우리에 주신 자이기도 하지만(요20:22), 세례를 받을 때 육적 형체를 가진 성령이 임했고(눅3:22), 성령의 충만함에 이끌리어 마귀의 시험을 이겨냈으며(눅4:1-13), 성령이 그 위에 임하셔서 자유와 해방의 개혁가로 살았고(눅4:18), 성령으로 기뻐하며 자신과 아버지의 신비한 관계를 선포했다(눅10:21).     ‘예수와 기도’ 또한 예수의 영적인 삶을 잘 드러낸다. 예수는 주기도문, 간절히 기도할 것, 성령을 구할 것과(눅11:2-13), 기도하며 깨어 있으라고(눅21:36) 가르쳤다. 더 나아가 예수는 그 자신이 기도하는 자였다. 밤새도록 기도했을 뿐만 아니라(눅6:12), 땀방울이 피방울처럼 보일 정도로 치열하게 기도했다(눅22:44). 예수는 기도의 양과 질에 있어서 탁월한 영성가다.     예수와 성령, 예수와 기도는 ‘영적인 삶’의 중요한 틀을 제시한다. 인간이 자신에게 자신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초월적 존재에게 이끌리며 그 존재에 의지하는 것을 영적인 삶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이 세상 속에서 세상의 어둡고 악한 가치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 또한 영적인 삶의 중요한 요소다. 성령에 이끌리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자는 사막교부처럼 움막에서 하나님과 마주하는 고독 속에‘하나님의 영’적인 세계를 경험할 수도 있지만, 그 영성으로 이 땅에서 악과 분열, 타락과 무의미와 싸우는 ‘인간의 영’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       본문에서 예수는 성령에 이끌리어 광야에서 40일간의 금식 후에 마귀의 3가지 시험을 받았다. 먼저 마귀는 배고픈 예수께 돌들을 떡으로 바꾸라고 하자 예수는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고 대답한다(눅4:3-4). ‘떡으로만’에서 만(alone)이란 표현은 예수께서 인용한 신명기 8장 3절에도 등장하고 누가복음에도 등장한다. 인간이 떡으로 생존하게 되는 것을 결코 부인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한 그 무엇이 영적인 삶의 동력이다.       또한 마귀는 자신에게 절하면 이 만국의 모든 권위와 영광을 다 주겠다고 하자 예수는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고 대답한다(눅4:6-8). ‘세상 나라의 권위와 영광을 추구하는 삶’과 ‘참 하나님을 경배하는 것’이 선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귀는 예수를 성전 꼭대기 위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면서 만약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면 하나님의 사자들이 보호할 것이라고 하자, 예수는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대답한다(눅4:9-12). ‘기적을 행하는 신적 존재’와 그 ‘신을 시험하는 일’에 사로잡힌 인간을 잘 드러낸다.       떡으로만 살아가는 자들, 부, 명예, 권력, 탐욕, 신념이라는 내 안의 여러 신을 섬기거나, 가족, 사회, 기술, 과학, 자연, 우주를 단순히 아끼고 사랑하는 정도를 벗어나서 그것을 숭배하며 그 속에서만 영적 실체를 발견하려는 자들, 기적을 행하는 신에 몰두하는 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예수의 영이 우리 안에 거하시어, 우리 스스로의 유혹, 세상의 유혹, 그 생생하고 끈질긴 시험들과 용기 있게 마주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삶과 믿음 예수 성령 예수 초월적 존재 신적 존재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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